막돼먹은 영애씨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지하철 광고나 케이블에서 지나가다 가끔 보곤 했던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출산드라의 김현숙이 나온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다른 내용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막돼먹은 영애씨의 정환석PD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케이블TV에 대한 이해를 좀 더 넓힐 수 있었고, 막돼먹은 영애씨라는 좋은 드라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알고보니 어머니가 막돼먹은 영애씨의 광팬이셨다. 지나가는 이야기로 정환석PD 강의 내용을 말했는데 의외로 어머니께서 막돼먹은 영애씨를 시즌1부터 3까지 모두 보시고 시즌4를 애타게 기다리시고 계신 메니아셨다. 어머니는 입에 침이 마르시도록 칭찬을 하셨다. 많은 드라마를 섭렵하셨지만 막돼먹은 영애씨처럼 솔직하고 다가오는 드라마는 없었다는 것이다. 영애씨 한명이 주인공이 아니라 모두가 주인공인 드라마라 칭찬하시면서 각각의 등장인물을 한명씩 거침없이 소개해주셨다.
이쯤되니 막돼먹은 영애씨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급 폐인모드로 들어가서 막돼먹은 영애씨를 시즌1부터 다보게 되었다. 최근 포스팅을 못한 날은 어김없이 막돼먹은 영애씨를 섭렵하는 중이었다. 그러면서 어느새 나도 막돼먹은 영애씨의 팬이 되어가고 있었다. 시즌4로 돌아온 막돼먹은 영애씨의 매력에 대해 한번 나누어보도록 하겠다.
1. 막돼먹은 영애씨의 매력
막돼먹은 영애씨의 매력은 역시 영애씨의 거침없는 행동과 말이다. 삐소리로 처리하는 시원한 육두문자와 약자에게서 나오는 막돼먹은 행동들이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 준다. 실제로 이 드라마를 통해서 사내에 커피를 여직원에게 시키는 일이 사라진 곳도 있다고 하니 참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이 아닐 수 없다. 커피와 녹차에 침과 걸래를 서슴없이 섞어주는 센스에 어느 누가 무서워서 커피를 맘놓고 시킬 수 있겠는가. 막돼먹은 영애씨의 매력은 있을법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는 데에 있다. 양심고백을 하지면, 군대에 있을 때 장교들이 아침마다 하도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바람에 막돼먹은 짓을 했던 기억이 가물 가물하다. 이 참에 군대에도 쓸데없는 커피 심부름보다는 각자 알아서 타 마시는 센스를 발휘해보는 것은 어떨까.
2. 정환석PD가 말하는 막돼먹은 영애씨
막돼먹은 영애씨에 대해 설명을 듣던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미디어는 메세지다라는 것이었다. 선정적이기만 하고 시청률에 급급하기만 한 방송들 사이에 이런 마인드가 숨어있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TV보고 감상문 쓰는 정도이기에 언론에 관하여는 별 다른 생각도, 가치관도 없었다. 그저 현상에 맞춰 생각하고 느낀데로 써나갈 뿐이었다.
예능은 그냥 웃고 즐기면 그만이고, 드라마는 현실과 구분하여 재미있게 보면 그만이고, 뉴스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끝이라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미디어는 메세지다라는 문장 하나가 TV를 바라보는 내 시선도 바꾸어 주었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평소 정환석pd가 존경하는 프로그램이었던 인간극장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인간극장같은 다큐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시트콤 전문 pd가 그 둘을 합쳐서 만든 창의적 장르가 바로 다큐와 드라마를 합친 리얼리티 드라마가 된 것이다.
제작 비용이 없어서 6mm카메라 3대로 찍은 것이 오히려 다큐의 느낌을 더 살려주었으니 케이블이 아니었으면 나올 수 없었던 장르였던 것 같다. 스튜디오 없는 100%리얼 현장으로 제작을 하니 리얼리티 또한 더 살 수 밖에 없다. 저예산으로 고효율을 올린 그야말로 다윗과 같은 프로그램인 것 같다.
케이블도 시청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처음 안 사실은 케이블의 경우 시청률 성공의 기준이 1%라는 것이다. 보통 공중파에서는 15%정도 나와야 성공의 척도로 삼으니 그 정도를 알 수 있다. 1%가 넘으면 성공적인 케이블에 예산이 많을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유명 애로배우가 상의 탈의만 해도 순간 시청률이 3%가 넘어간다고 하니 케이블에서 왜 그리 선정적인 것이 많은지 알만도 하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드라마라는 장르로 섹시코드 없이 김현숙을 주인공으로 1%가 넘는 시청률을 올렸으니 그야말로 대박 드라마인 셈이다. 공중파로 치면 20~30%대의 시청률이라니 다큐드라마의 매력은 곧 공중파에서도 볼 수 있을 듯 하다.
외모 지상주의를 지양하는 의도로 김현숙을 내세워 산소같은 영애씨의 이름을 따왔으니 그 안에 메세지는 확실한 것 같다. 30대 여자가 구질 구질하게 사는 것을 보여줌으로 성차별이나 외모지상주의에 일침을 가하는 메세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막돼먹은 영애씨를 보다보면 영애씨가 어느세 정말 이뻐보이게 되니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메세지는 확실하게 전달되고 있는 것 같다.
3. 시즌 1부터 3까지 보고 난 후
정말 한명 한명이 모두 주인공이다. 영애와 원준, 영채와 혁규와 나영, 정지순 대리와 돌아이 변지원, 대머리 사장과 센스쟁이 윤과장까지 한명 한명 애틋하지 않은 캐릭터가 없다. 모두 친한 친구같이 내게 다가왔다. 세심하고 일상적인 고민들을 풀어나가는 영애씨는 완성도 높은 다큐드라마인 것 같다.
시즌 1부터 시즌 3까지 눈을 땔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막돼먹은 영애씨안에 있다.
4. 기대되는 시즌4
이제 시즌 4로 돌아온 막돼먹은 영애씨이다. 정환석pd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저예산에 숨쉴틈 조차 없이 돌아가는 시즌들로 인해서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즌제 드라마를 성공시킨 막돼먹은 영애씨가 시즌4까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4의 첫방송을 보았다. 장동건의 등장으로 더욱 흥미진진해진 시즌 4가 더 많은 인기와 사랑을 받아서 미국 시트콤 프렌즈처럼 시즌 10까지 승승장구하게 되길 기대한다. 또한 누구나 예측가능한 뻔한 스토리의 전형적인 드라마가 아닌 예측불허 막돼먹은 영애씨의 고군분투 다큐 드마라 행진이 계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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