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마지막 날, 아내와 함께 홍대를 향해 나섰다. 젊음의 거리 홍대를 보니 연애할 때의 생각도 나고, 다시 20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아 좋았다. 사람들은 연말이라 그런지 모두 한껏 차려 입고 쌍쌍이 거리를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도 그 틈에 끼어서 목적지를 향해 자신 있게 걸어갔다.
우리가 간 곳은 사운드홀릭이라는 곳이었다. 2008년의 마지막 날 북콘서트에 초대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아내에게 선물해 준 책인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에서 준비한 콘서트였다. 많은 초대받은 사람들이 이미 와 있었다. <소울메이트>와 <안녕, 프란체스카> <두근두근 체인지>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들의 음악을 선곡한 조진국 작가와 콘서트는 매우 신뢰감이 갔다. 어떤 특별한 선곡을 하여 콘서트에서 들려줄까라는 기대감으로 사운드홀릭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계단을 내려가 입장권을 내니 맥주 한 캔과 포테이토 칩 과자를 한 봉지씩 나눠주었다. 너무 늦게 왔는지 이미 가득 찬 사람들로 인해 자리가 꽉 차서 이러지도, 저러지고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데, 진행하시는 분께서 앞 자리가 두 자리 남았다면서 인도했다. 2008년은 정말 운이 좋은 해 인 것 같다.
앞자리에 앉은 우리는 무대와 꽤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콘서트가 시작되고 루싸이트 토끼가 먼저 나왔다. 여성 두 명으로 이루어진 팀으로 음색이 매우 독특했다. 가슴 속을 후비는 듯한 아련한 목소리로 가사를 전달하는 힘이 강했던 루싸이트 토끼는 한번에 음악 속으로 쏙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마지막에 불렀던 ‘손 꼭 잡고’라는 곡이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두 번째는 가수 박준혁이었다. 회사원과 가수, 이중 생활을 하고 있다는 박준혁은 떼루아의 김주혁을 떠올리는 부드러운 외모를 가진 꽃미남이었다. 키도 훤칠하고 약간 시니컬한 모습이 음악을 더욱 감미롭고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그의 음색 또한 저음과 고음을 오고 가며 사랑에 관한 아프고도 기쁜 느낌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마지막은 ‘짙은’ 이라는 그룹이었다. 사회자 말로는 김태희 이후에 최고로 완벽한 재능을 받은 사람이라는데 학벌, 외모, 키, 음악 등 무엇 하나 빠질 것이 없단다. 실제로 보니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은 평범한 대학생 같았다. 큰 키에 뿔태를 낀 그는 남자가 보기에는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은 듯 하였으나 주위의 많은 여성들은 감격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였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여성들에게 호감을 주는 매력적인 외모라고 한다. 역시 남자와 여자의 시각은 매우 다른 것 같다. 노래는 우울한 마음을 달래줄 젊음이 묻어나는 경쾌함이 가득했다.
이 북콘서트는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를 기본으로 한 콘서트였다. 그래서 가수들은 이 책을 읽고 느낀 대로 노래를 선곡하여 부른 것 같다. 중간 중간에 들려주는 멘트 역시 책 이야기와 노래를 연결해 주는 것이 많았다.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콘서트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북콘서트의 매력인 것 같았다. 또한 이 콘서트는 여느 콘서트와는 다르게 관객에 포커스를 맞춰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콘서트의 가수들은 솔직히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이었다. 그래서 더욱 노래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스타들이 나왔다면 그들의 몸짓에, 패션에, 퍼포먼스에 노래가 묻혔을 것 같다. 게다가 주변의 환호성은 가사를 듣기는커녕 음 조차 즐길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콘서트에서는 노래의 가사와 음 하나 하나에 잘 집중할 수 있었고, 처음 들어올 때 준 맥주와 과자는 엄숙한 분위기에서의 콘서트가 아닌 가사를 들으며, 음색을 느끼며 책 속으로 빠져들어 사색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위한 소품이 아니었나 싶다.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며 책의 느낌을 다시 음미해볼 수 있어서 더욱 즐거운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역설 속에 묻어있는 아픔과 깊이가 느껴지는 이 제목은 많은 장면을 상상하게 만들어준다. 각자의 경험과 상황 속에 자신만의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게 만든 책과 노래들이 2008년을 더욱 풍성하게 해 주었으며, 2009년을 아름답게 시작할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앞으로 소울메이트 후속이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정말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드라마이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스토리 그리고 그 둘의 하모니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런 드라마가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Event. 2008년의 마지막 날은 운수대통한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행운권 추첨이 있었는데 아내와 저 모두 당첨이 되어 CD를 받을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2009년에는 이 행운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CD 한 장을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 중 선착순 한 분에게 선물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음악을 듣고 포스팅 한번 해주시는 센스? 그럼 블로그가 있어야 하겠죠? 블로그 주소를 적어주세요)
행운권 추첨중 |
조진국 작가와 함께 |
이벤트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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