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문대로에 있는 이순신 동상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늠름하게 서 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물과도 같은 것이다. 광화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이순신 장군 동상이기에 얼마전 DSLR을 갖게 된 나는 이순신 동상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마침 광화문 교보문고에 책을 읽으러 가는 중이었기에, 세종문화회관쪽에서 교보문고쪽으로 가는 횡단보도에 서서 이순신 동상을 찍었다. 2방정도 찍었는데, 경찰이 오더니



"사진 찍으면 안되십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처음엔 잘못 들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저 이순신 동상 찍는 건데요?"이라고... 하지만 경찰은
"저 쪽 방향으로는 찍지 마세요."라고 했다. 이해가 안되서 이유를 물었다.
"아니, 왜 안되죠?"
경찰은 한번 흘겨보더니 딴데로 가버렸다. 옆에 있던 사람들도 이해가 안되는 듯 웅성 거렸다.


이유도 설명 안해주고, 무조건 찍지 말라니... 한동안 멍해질 수 밖에 없었다. 뭐 어차피 찍을만큼은 찍었으니 더 찍을 생각도 없긴 했지만, 제재를 당하고 나니 기분이 이상했다. 왜 찍지 말라는 것일까...

당시 경찰은 횡단보도의 시작과 끝에 한명씩, 그리고 가운데에 한명 그리고 이순신 동상 앞에 2명이 있었다. 무언가 확실히 제제를 가하기 위해 서 있는 것도 같았다. 교통정리하는 줄 알았던 횡단보도앞의 경찰이 사진 촬영 제재를 위해 나왔던 것 같다. 영문도 모른체 신호가 바뀌어서 건너갔지만, 100번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집에 들어와서 인터넷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사진은 많았고, 찍지 말라는 이야기는 찾지 못했다. 혹시나 내가 모르는 것이 있나 해서 어른들께 물어보았다. 다들 금시초문이시란다. 옛날에 전두환 시절때 청화대 쪽으로는 커튼으로 다 가려놓고 못찍게 했다고는 했단다. 하지만 지금은 군부시대가 아니지 않는가.

여행객들도 와서 랜드마크인 이순신 동상을 찍을텐데 다 제지할 셈인가? 무슨 국가 기밀이 숨겨져 있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찍지 말라는 것일까? 하루 종일 고민한 끝에 몇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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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막이로 둘려쌓여 있는 이순신 동상



1. 촛불시위
처음 떠올랐던 것은 촛불시위였다. 명박산성이 지어진 곳이 그 동네였으니 아마도 그 때의 여파가 지금까지 남아서 사진을 못찍게 했을 가능성이다. 그래도 어제 광화문은 조용했다. 그냥 놀러온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뿐이었다. 관광객도 많았고, 외국인도 눈에 많이 띄었다. 촛불시위가 있었던 장소라고 해도 이순신 장군을 찍지 못할 이유가 당췌! 무엇이란 말인가?

2. 공사중
광화문 일대는 현재 공사중인 것 같았다. 아마도 예전에 신문에서 본 적이 있는 공원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이미 공사에 들어갔는지 광화문까지 높은 칸막이가 쭉 깔려 있었다. 그래서 또 하나의 가능성을 생각해보았다. 공사의 기술에 대한 기밀이 밝혀질까봐...';; 하지만 안에는 들여다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높이였다. 아무리 찍어도 빌딩에 가서 찍지 않는 이상 그 안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공사 중인지 아닌지도 모를 정도니 말이다. 아니, 공사중 현장이 보인다고 하여도 사진을 못찍을 이유는 없지 않는가.

3. 내가 싫어서...
생각은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니 말이다. 내가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소심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남자 경찰이어서 남자인 나를 제지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마음에 안들었나? 여자가 찍었으면 괜찮았을까? 하지만 그것도 이유가 되지 못하였다. 내가 아무리 마음에 안들었기로서니 사진까지 못찍게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4. 이순신 동상 밑에 태권V가?
국회의사당 뚜껑과 한강에 숨겨져 있다는 태권V가 이순신 동상 아래로 이사를 간 것인가? 공사의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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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보아도 그 정도면 태권V가 들어가고 남는 공간이었다. 전쟁이 났을 때 이순신 동상의 칼을 레버처럼 내리면 동상이 스위치가 되어 광화문 거리가 반으로 쫙 갈라져서 태권V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그 위를 공원으로 만든다는 것은 위장하기 위해서? 그마나 신빙성이 있는 가능성인 것 같다. 만약 태권V를 숨기기 위해서였다면 이순신 동상 사진을 찍지 말라고 내가 먼저 도시락 싸들고 광화문으로 나갈 것이다.

5. 이순신 부활?
이순신 장군께서 1598년에 전사하셨으니, 전사하신지 410년이 되는 해에 동상에서 부활한다는 국가 기밀이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어느 날 갑자기 동상이 사람이 되어 뚜벅 뚜벅 광화문 대로를 걸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정부가 사람들이 놀랄까봐서 보호하고 있는 중인가?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니 분명 우리 편일 것이다.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랬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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늠름한 이순신 장군 동상


계속 생각해보았지만 생각은 점점 이상한 곳으로 흘렀고 차마 블로그에 담지 못할 생각까지 흘러 들어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혹시 이순신 장군 사진을 못찍게 하는 이유를 아시고 계신 분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나만 모르고 있는 공개적인 이유가 있지는 않을까? 이러다 나만 바보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당췌 이유가 너무 너무 궁금했기에 블로그에 남긴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에서 거북선으로 일본의 왜적을 무찌르신 조선시대의 명장이셨다. 요즘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 우기고, 역사를 왜곡시키며 다시 침략하려 하는 일본을 보고 있으면 이순신 장군의 용맹함과 업적을 생각하며 두손에 힘을 불끈 쥐게 된다. 즉, 이순신 장군은 우리 민족의 힘과 지혜의 상징이고, 용기의 상징이다. 그런데, 왜! 찍으면 안되는 것인가? 나를 가로막던 그 경찰이 일본 순사 같이 느껴졌다. 물론 그 경찰분도 위에서 시켜서 했을 뿐일 것이다. 그러니 왜라는 말에 대답도 안해주었겠지 않는가. 시켜서 했을 뿐이니 말이다. 그 가로막는 행위가 이해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혹시 내가 싫어서 그랬다면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련다. 누구나 나를 좋아해주기 바라지만, 누구나 나를 좋아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이순신 장군 동상을 무심코 찍었다가 당한 이 일은 다른 분들께도 알려주어야 나처럼 이상한 생각으로 하루를 망치지 않을 것 같다. 그거 아시나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찍으면 안된답니다.
2008.09.01 0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