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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어장의 무릎팍도사에 신년특집 게스트로 이순재씨가 나왔다. MBC파업으로 인해 그동안 재방송을 내보내다가 이제야 신년 첫 방송을 내보내게 된 것이다.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아내가 뿔났다>, <거침없이 하이킥> 그리고 최근의 <베토벤 바이러스>까지 굵직 굵직한 드라마, 시트콤의 배우로 연기를 해 왔다.

  친구같은 할아버지

이순재씨는 35년생(원래는 34년생이라고 함)으로 74세이지만, 어르신들께 느끼는 그런 포스는 없는 것 같다. 아마도 거침없는 하이킥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야동을 좋아하는 할아버지로 나오며 젊은 이 못지 않은 장난끼와 개구진 모습으로 연예 대상까지 거머쥘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최고의 전성기라 볼 수 있을 정도로 전 연령층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순재씨는 무서운 대발이 아빠 이순재가 아닌 친구같이 편안하고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 할아버지로 기억되고 있는 것 같다. 뿐만 아니다. 이순재씨는 중국에 있는 내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을 정도로 한류스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친구들은 이순재씨를 자신의 할아버지인 마냥 좋아한다.

  프로 정신

그가 친구같은 할아버지로 기억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겸손하기 때문일 것이다. 권위 의식만 내세우는 것이 아닌 눈높이를 맞춰주는 숙임이 있었기 때문에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런 겸손함은 프로 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오보에에 대한 장인정신을 갖고 있던 김갑용 선생의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이미 그는 특별대우를 요구하지 않는, 소통을 중요시하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멋진 프로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는 배우였다. 선배니까, 연기를 오래 했으니까, 나이가 많으니까, 인기가 많으니까, 한때 국회의원이었으니까...그가 댈 수 있는 어드벤티지는 굉장히 많다. 하지만 그는 그런 특별대우를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배우들을 배려하고, 자신의 차례가 될 때가지 기다리고, 촬영이 끝나면 그 다음 촬영을 위해 바로 파트너와 대사를 맞춰본다.

프로 정신이 있었기에 이순재씨가 젊은 배우들에게 던지는 충고가 더욱 강하고 무겁게 다가올 수 있는 것 같다. 스타성에 취해서 드라마의 본질, 배우의 본질은 잊은 체 스타로서의 삶과 대우를 받아가려 하는... 연기가 아닌 돈이 우선이 된 현재의 막장스런 세태를 직설적으로 호통을 칠 수 있는 분이 바로 이순재씨가 아닌가 싶다.

  화이팅과 눈물

마지막 이순재씨가 새해 덕담을 시청자들에게 해 달라고 하자, 그는 경제전문가도 아니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라며 긍정적인 사고로 이 위기를 함께 헤쳐나가자고 화이팅을 외친다. 또한 현 정부에 대해서도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그의 말처럼 우리의 마음 속에는 애국심이 잠재되어 있다. 우리의 뒤통수를 치고, 군화로 짓밟는 억울함과 배신감을 느끼게 하지 말고, 감동을 시킨다면 언제든지 우리는 애국심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런 의미로 강호동은 대한민국 화이팅을 제안했고, 힘차게 두손을 불끈쥐고 대한민국 화이팅을 외쳤다.

그리고 힘찬 화이팅과 함께 그의 눈에선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나이가 들어 감성적이 되어서 그렇다 말하지만, 그 눈물에는 애국심이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함경북도 회령에서 남부럽지 않게 잘 살던 가문에서 모든 것을 다 내던지고 피난을 와서 나라 없는 서러움을 겪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건국 때부터 지금까지 새마을운동과 88올림픽, 2002 월드컵등 건국 때에 비해 부강한 나라로 발전해온 그 과정을 모두 봐 온 살아있는 역사인 그는 한 사람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느끼는 안타까움과 아픔 그리고 애국심이 모두 녹아져 한방울의 눈물로 농축시킨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마치 한국 방송의 역사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생방송으로 방영되던 드라마, 안기부 출신 작가, 진짜 총을 쏘는 목숨을 건 방송 등 지금은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들로 흥미진진했다. 지금 들으니 흥미진진했지, 당시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 어려운 시절을 겪고 지금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 때문에 그는 아름다운 배우가 아닌가 싶다. 또한 이순재씨가 개인적으로 먼 친척이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약간" 있다. ^^;; 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함경북도 회령이 고향인 경기도 광주 이씨로 회령에 있을 당시에는 아버지 집에서 함께 사신 적도 있다고 한다. 함경북도에서 피난을 와서 어렵게 살면서 공부를 하고, 배우로서 살아오며 어려움을 극복한 이순재씨이기에 그 삶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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