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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른바 막장드라마들을 패러디 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BS <꽃보다 남자>, SBS <아내의 유혹> 등을 짜깁기한 패러디 드라마는 막장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2007년에도 드라마 <로맨스>를 패러디한 바 있는 이들은 두 번째 도전작 ´꽃보다 무도´를 통해 막장드라마를 교묘하게 꼬집는 재치를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탄성을 이끌어냈다.



막장드라마의 시작은 쪽대본?

이날 패러디는 쪽대본 특집이었다. 촬영 당일 도착한다는 의미로 통하는 쪽대본은 어찌 보면 국내 드라마 현실에서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이날 특집은 한국 드라마 상당수가 막장드라마로 귀결된 것은 쪽대본의 결과물임을 짐작하게 한다. 미리 대본을 준비하기는 하지만 배우와 투자자들의 요구, 장소 섭외, 기타 환경적 문제들로 인해 갑자기 스토리가 바뀌기 때문.

<무한도전>은 이 같은 상황을 코믹하게 보여줌으로써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꼬집었다.

급하게 만든 쪽대본은 내용이 유기적으로 이어지기 어렵고, 갑작스런 상황 설정 및 무리한 스토리 설정이 반복되며 막장 분위기를 만들었다. 더군다나 매 회마다 작가까지 바꿔가며 진행된 ´꽃보다 무도´는 막장 드라마의 완결판을 보여줬다.


추락한 작가의 권위

´꽃보다 무도´는 처음부터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스토리를 잘 따라가는 듯했다. 그러나 자신의 역할 비중에 불만을 가진 멤버들이 작가에게 이런 저런 요구를 하기 시작하자 스토리는 방향을 잃고 표류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자극적인 내용이 빈번히 일어나며 의도하지 않았던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과 같은 장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가가 쪽대본을 쓰면 그에 따라 촬영에 임해도 빠듯한 상황에서 개인의 입장에 따라 대본을 바꾸려 함으로써 스토리는 더욱 개연성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배우 유재석이 자신의 머리카락이 길다는 이유로 작가인 정형돈을 향해 대본 수정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모습은 현재 드라마에 출연중인 톱스타들의 거드름을 비꼬는 것이기도 했다.


시청률의 노예가 된 드라마

많은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이란 장벽에 부닥쳐 침몰한다. 막장드라마가 더욱 활개를 치는 이유도 이런 시청률 지상주의가 빚어낸 결과다.

광고 유치를 위해선 높은 시청률이 필수며, 제작진은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연출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최근 들어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일수록 하나 같이 거센 비판을 비켜가지 못하는 이유도 이러한 시청률과의 상관관계 때문일 것이다.

막장드라마는 선악의 분명한 분리가 이루어진다. <꽃보다 남자>와 <아내의 유혹>을 버무린 듯한 ´꽃보다 무도´의 내용 역시 지극히 단순하고 자극적이다.

<무한도전> ´꽃보다 무도´는 막장드라마에 대한 풍자와 함께 드라마 제작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막장 드라마는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과 선정적인 내용의 드라마를 추구하는 시청자가 상호작용해 만들어진 것이다.

웃음을 통해 막장드라마의 현실과 문제점을 꼬집은 <무한도전>의 시도는 분명 평가할 만하다. 이러한 시도가 드라마의 질적 향상에 이바지하고 제작 시스템의 변화로 이어졌으면 하는 것이 시청자들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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