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시즌3를 한회도 빼 놓지 않고 본방사수를 했다. 시즌1 때도 본방사수를 했지만 시즌2에서는 2,3편정도 본 후에는 진짜사나이를 보게 되었다. 솔직히 다시는 1박 2일을 보지 않을 줄 알았다. 기대만큼 실망도 컸고, 그 실망은 시즌2 내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즌3는 시즌1을 뛰어넘는 것 같다. 어떻게 1박 2일은 침몰하는 배를 다시 일으켜 세웠을까? 회가 거듭될수록 그 이유가 조금씩 느껴지는 것 같다.
1. 돌아온 독한 스테프
독해졌다. 나영석pd보다 더 독한 것 같다. 이번 회에서는 까나리와 와사비, 식초로 연기 대상 대결을 펼쳤고, 까나리를 빼거나, 물을 타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더 독하게 탔다. 기상 미션도 냉수 마찰로 30초 동안 신년 다짐을 하는 것으로 하여 오차 5초내외로 말해야 했다. 김주혁은 단 1초만 늦었음에도 봐주지 않았다.
첫회부터 겨울 바다 입수에 냉온탕 번갈아가며 옮기기, 데프콘의 수염 제모등 제작진들은 더욱 독해지며 1박 2일 멤버들과의 대립각을 확실하게 두었다. 이번 회에서 콜라 및 간지럼참기등 야외취침 복불복을 할 때 소품실로 둔 곳에 있는 스테프들은 노출되지 않으면서 멤버들과의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고, 아침 기상 미션에서 신년 다짐을 외치는 것에서는 모든 멤버가 다 다짐을 한 후 멤버들이 작당하여 PD를 물 속에 넣기도 했다. 시즌1 때 나영석PD의 전매특허이기도 했다. 멤버들과의 경쟁구도 만들기가 1박 2일의 묘한 긴장감과 재미를 가져다 주었다. 나영석PD는 지금도 꽃보다 누나에서 멤버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이승기가 버린 식인우산을 헤맑은 얼굴로 주어가기도 하는 등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1박 2일 역시 전 스테프가 독해짐으로 멤버들끼리의 경쟁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스테프와 멤버들의 경쟁 구도를 통해 멤버들이 더 약자의 입장에 있음을 어필함으로 시청자들이 멤버들의 더 몰입하고, 약자인 멤버들을 더 응원하게 만들고 있다.
2. 솔직함, 진정성
시즌2에서는 복불복을 봐주기 시작하면서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약해진 스테프가 이미 시즌1에서 나영석PD에게 많이 당해서 노련해진 멤버들에게 휘둘리며 복불복에서 예외를 자꾸 두기 시작했고, 이는 진정성이라는 1박 2일만의 고유한 매력을 빼앗아가버리고 말았다. 더하여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들게 만들면서 재미가 급감하게 되었고, 시즌1 때도 가끔 있었던 조작 논란은 시즌2에서는 논란조차 없이 그냥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느낌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시즌3에서는 다시 이 진정성이 돌아왔다. 참 신기한 것은 멤버들이 많이 바뀐 것도 아니고, 단지 리더만 바뀌었을 뿐인데 진정성이 다시 부각된다는 점이다. 이는 리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면서도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연출자의 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호진 PD는 유약해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최전방 GOP에서 대북 방송 아나운서를 했다고 한다. 멤버들이 신년 다짐을 외치기 위해 들어간 계곡물은 모든 멤버들이 3초도 버티지 못할 정도로 차가운 곳이었음에도 유호진PD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할말 다하고 나오는 모습을 보며 보기와 다르게 매우 독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복불복도 그래서 단호하게 결정을 내리게 되고, 이는 진정성과 연결되며 선순환을 이루게 되었다. 우선 재미없는 부분은 통편집한다. 시간도 오래걸렸고, 계획한 시간과 그에 따른 인력 배치등 비용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인데도 과감하게 통편집해버린다. 딱 봐도 몇시간은 걸린 것 같은 게임을 재미없다고 대충 막 넘기며 몇초만에 끝내버린다. 이런 단호함은 프로그램에 진정성을 더해준다. 무한도전이 진정성을 가장 잘 느끼게 해 준 방송이 좀비 특집 때 수백명의 엑스트라를 좀비로 분장시키고, 세트장을 게임에 최적화시켜 사다리나 여러 장치들을 해 놓았는데 박명수가 게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실수하는 바람에 바로 접어야 했던 것을 그대로 방영한 것이었다. 1박 2일 또한 과감한 편집과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들은 진정성으로 느껴졌다. 진심으로 시청자들이 즐겁기를 바라는 장인정신 같은 느낌이 전달되는 것이다.
3. 소통
1박 2일의 전매특허는 바로 소통이었다. 소통이라는 키워드는 1박 2일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방송 중에 간접적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프로그램 안으로 시청자들을 끌여들어 시청자 투어까지 진행하는 과감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를 통해 마치 시청하고 있는 내가 프로그램 안으로 빨려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게 했으며, 다양한 연령층 및 지역별 시청자들을 섭외함으로 전 시청층과 소통하려 노력했다.
1박 2일에서 만들어낸 스타 일반인도 꽤 있다. 경북 영양군에 나왔던 고추 할아버지는 CF까지 찍었고, 지하철을 타면 광고판에서 종종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냥 시골 할아버지인데 1박 2일과 함께 소통하며 그 솔직함과 진정성에 시청자들이 반하게 된 것이다.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1박 2일은 단순히 멤버들의 것이 아니었고, 전 시청자들의 것이기도 했다. 함께 만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1박 2일 멤버들의 사회적 물의는 실망을 넘어 배신감까지 안겨주었고, 그렇게 시즌1이 끝나며 시즌2를 기대했지만 소통없는 시즌2는 역시 그들만의 리그처럼 느껴졌다. 1박 2일이라 쓰여 있지만 겉만 1박 2일이고, 안은 1박 2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시즌3에서 가장 반가웠던 것은 바로 소통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첫회부터 김주혁의 굴욕은 지나가던 학생들을 통해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번 회에서 고추 할아버지에 맞먹는 긍정왕 주병렬 아저씨를 배출해 내었다. 노홍철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이는 주병렬 아저씨는 섬으로 가려던 1박 2일이 날씨 때문에 배가 출항을 하지 못해 위기에 닥치자 급하게 알아낸 남원 산내 면사무소에 연락을 하게 되고, 그 때 연락을 받았던 아저씨다. 독특한 말투와 제스쳐, 그리고 긍정적인 마인드는 보는 사람마저 호쾌하게 만들었고, 민심토크에서 맹활약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민심토크에서 아니요와 몰라요를 거의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긍정적인 주병렬 아저씨는 1박 2일 시즌3가 만들어낸 첫 일반인 스타가 아닐까 싶다.
눈이 와서 파도가 너무 심해 모든 사전 답사까지 마치고, 게임도 다 정해놓고, 베이스까지 정해 놓은 곳을 포기해야 했을 때. 그 때는 위기였다. 방송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위기를 1박 2일은 독하게, 솔직하게, 소통하며 이겨내며 기회로 바꾸었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계획하고, 준비했던 것이 어긋날지라도 또 다른 길로, 다른 곳으로 가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지며,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1박 2일 역시 시청률에 조급해하기보다는 여행하듯 여유롭게 여행의 묘미를 즐기며 한다면 시즌3는 시즌1을 뛰어넘는 국민 버라이어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정준영씨. 꼭 파워블로그가 되길 응원합니다!!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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