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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제국이 이제 2회만 남겨두고 있다. 아주 느린 아다지오(Adagio)로 시작하여 숨가쁜 프레스토(Presto)로 진행되는 음악처럼 황금의 제국은 지금 숨가쁜 전개가 진행되고 있다. 황금의 제국은 장태주가 말한 괴물이 사는 숲이었다. 사람들은 괴물의 숲에 처녀도 바치고, 조공도 바치며 살아간다. 그 괴물을 본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없는데도 말이다. 장태주는 괴물을 잡겠다고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도 괴물이 되어 버리고 만다. 

황금의 제국의 시작은 장태주의 아버지가 철거 건물 농성에서 용역들에게 강제철거를 당하는 과정에서 사망하자 이에 복수를 하기 위해 그 숲으로 뛰어들게 된다. 최서윤은 장태주의 역린이 아버지임을 알아내게 된다. 용의 목이 시작되는 역방향으로 난 비늘인 역린. 건드리기만해도 고통스러워 만진 사람을 모두 죽이기에 절대로 건드리면 안되는 역린. 장태주의 역린은 바로 아버지였다. 



냉정하고 항상 솔루션을 가지고 있던 장태주는 최서윤의 도발에 반응하게 되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서윤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온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늪을 만들어 장태주가 빠지게 만든다. 20만평의 재개발 지역에 4만평의 늪을 만들어 성진그룹에서 뉴타운 건설에 참여하는 척하며 입찰 가격을 계속 올려 성진건설의 주식까지 담보로 맡기게 만든 것이다. 

성진건설의 주식 반을 사서 성진그룹의 왕이 되고자 했던 장태주는 모든 자금을 부동산 재개발에 투자하게 되고, 서브프라임 사태에 일어나 부동산의 위축되자 모든 돈을 잃고 성진건설 주식까지 빼앗기게 생겼다. 마지막 살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보증금은 물론 권리금까지 주기로 했던 거주주민들이었다. 권리금까지 달라는 농성이 시작되었고, 이는 데자뷰처럼 장태주의 아버지가 농성하던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장태주가 숲에 들어온 것은 괴물을 잡기 위해서인데, 아버지를 죽인 사람들의 위에 서 보겠다는 그 초심을 잃고 자신이 아버지를 잡아 죽이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만다. 조필두를 시켜서 점거 농성중인 사람들을 모두 강제진압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다. 노인들이 많아 피해가 많을 것이라고 하자 진압하기 더 수월하겠다며 괴물로 변태된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다.



앞으로 2회가 남았는데 어떤 전개가 이루어질까? 전개는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장태주가 말을 하는 사이에 서브프라임 사건이 빛의 속도로 지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면 2008년도의 일이다. 5년 전의 이야기로 앞으로 현재까지 오게 될 경우 2회 안에 5년의 속도를 충분히 따라잡을 수도 있다. 장태주- 최서윤- 최민재- 한정희- 최원재 중 괴물은 계속 바뀌게 될 것이다. 새로운 괴물이 나올수도 있다. 하지만 숲은 계속 존재하고, 숲속의 괴물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그곳에 재물을 바치는 사람들도 계속 있을 것이고, 자신이 괴물을 잡겠다고 그곳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계속 있을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황금의 제국이 보여주려고 했던 메세지는 괴물에게도 사연은 있다라는 말이 아닌가 싶다. 황금의 제국의 힘은 바로 금이었다. 직원들에게는 금가루를, 국회의원들에게는 금덩이를, 고위 관료들에게는 금괴를 주어 힘에 굴복하게 만드는 제국이 바로 황금의 제국이다. 지금의 시대에 이 말이 당연하게 들리지만 금을 돌로 바꿔보면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돌가루에 고개를 숙이고, 정치인들은 돌덩이에 고개를 숙인다. 권력자들은 바위하나 주면 고개를 숙인다. 실제로 금은 돌이다. 굉장히 한정적으로 나오는 금 말이다. 최근에는 바트코인이라는 새로운 돈도 나왔다. 사람들은 금을 이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제한적인 것처럼 속이면서 말이다. 연금술사들은 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현대의 연금술사들은 바트코인같은 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권력자들은 이에 동조한다. 바트코인은 벌써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금은 사람들의 눈을 멀게 만든다. 다시 말하면 돌은 사람들의 눈을 멀게 만든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누구도 승리하지 못한다. 계속해서 다치고 상처받고, 떠날 뿐이다. 사람들은 불빛에 홀려서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불빛이 반짝이는 곳으로 몰리는 주광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불빛이 꺼진 방에 진정한 행복이 있다. 3평 남짓한 곳에 4가족이 함께 살았던 화가 이중섭의 집. 불이 꺼지면 서로의 발가락을 맞닿으며 체온을 느낀다. 부부는 참 친했을 것이다. 싸워도 금방 화해했을 것이다. 지긋지긋해 하면서도 서로 그리워했을 것이다. 웃음이 있는 식탁. 그곳에 행복이 있지만 주광성을 가진 사람은 결국 황금의 제국의 숲으로 들어가 괴물이 되어버리고 만다. 



황금의 제국을 보며 장태주의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왔는데 아버지를 죽인 사람처럼 되어버리는 괴물. 그 모습이 내가 되지 않아야 할텐데 하며 말이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살아간다. 먹고 살게 없다고 항상 투덜대고 빚더미 속에 허덕이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먹고 살아야 할, 영위해야 할 삶은 황금의 제국이다. 적당히 먹고, 입고, 자면 되는데, 더 좋은 것을 먹고, 더 나은 것을 걸치고, 더 멋진 곳에서 자고 싶은 것이 사람의 주광성인가보다. 그 삶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더 비싼 삶을 영위하기 위해 돈을 벌고, 항상 쪼들리고, 빚을 진다. 잠시만 방심해도 쏘나타에서 그랜저로, 그랜저에서 BMW로 바꾸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듯 이 욕심의 끝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장태주와 성진그룹 최씨 일가이다. 

황금의 제국. 시청률은 비록 아쉽지만 훌륭한 드라마이고, 최근 본 드라마 중 인사이트를 가져다준 몇 안되는 드라마인 것 같다. 손주현이 제작발표회에서 말한대로 사람들이 4회까지만 보았어도 굿닥터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올렸을텐데 초반의 아다지오를 시청자들은 견디기 힘들었나보다. 남은 2회라도 본방사수로 황금의 제국의 결말을 응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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