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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은 항상 반복된다. 그러나 항상 재미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부분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심오함은 없다. 그저 생사가 달린 웃음만 있을 뿐이다. 웃겨야 산다. 못웃기면 죽는다. 필사즉생의 신념으로 무한도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웃기려 한다. 

정준하와 정형돈이 사고로 인해 빠진 긴급상황에서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무한도전은 무모한 도전 때의 쫄쫄이를 다시 입고 웃겨야 산다를 진행했다. 정준하와 정형돈을 대신할 2명은 데프콘과 서장훈이었다. 서장훈. 서장훈. 농구선수 그 서장훈? 맞다. 서장훈이었다. 서장훈이 과연 웃길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하는 왜 뜬금없이 서장훈을 추천했던 것일까? 사생활로 방송 출연하기도 민감한 시기에 말이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서장훈을 최고의 개그맨으로 만들어버렸다. 보는 내내 배꼽을 잡을 수 밖에 없는 서장훈의 몸개그는 웬만한 개그만은 저리가라할 정도였다. 2m가 넘는 거구가 발랑 나자빠지는 모습은 원초적인 웃음을 가져다주었다. 코트 위의 거인 서장훈. 최홍만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서장훈이 세상에서 제일 큰 사람인 줄 알았다. 거친 몸싸움으로 과묵하고 무서울 것만 같은 그의 이미지가 무한도전에서 한순간에 무너졌다. 

서장훈에게 쫄졸이를 입히고 비눗물 장판에서 줄넘기를 시키니 무한도전 멤버 5명과 데프콘이 넘어지는 것보다 서장훈 한명 넘어지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또한 논뚜렁에서도 과감한 슬랩스틱으로 기린에 맞서는 공룡 캐릭터가 탄생하기도 했다. 무한도전에 나오면 소지섭도 조인성도 개그맨보다 더 웃긴 사람이 된다. 무한도전의 힘은 무엇일까?

웃길 때까지 웃긴다.

엉덩이 때리기 게임을 보며 깔깔 웃고 있는 나에게 아내가 저게 그렇게 재미있냐며 핀잔하듯 물었다. 엉덩이 때리기 게임이 끝나고 수모에 물을 가득 채워서 얼굴에 씌우는 게임을 하고 있을 때 아내 역시 깔깔 웃고 있었다. 무한도전의 힘은 웃길 때까지 웃기는 것이다. 한번 웃겨보고 이거 별로인데 하고 바로 포기하지 않는다. 바로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서 또 하고 또 한다. 하루로는 도저히 방송 분량이 안나와서 6일 후 다시 논뚜렁에 가서 방송을 다시 찍었다. 하루종일 찍었으면 수많은 게임들을 했을텐데 웃기는 장면을 편집해보니 방송 분량이 나오지 않아서 또 다시 찍은 것이다. 우리가 본 것은 90분이지만 90분을 위해 수십시간을 게임했을 것이다. 



아이템을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엉덩이 때리기, 논뚜렁에서 경운기 자세로 상대편 얼굴에 구두약 바르기, 안고 뛰어서 가운데 있는 아이스크림 먼저 먹기, 덤프트럭에 메달린 퀴즈 게임, 디스코팡팡에서 양치질하기, 비눗물 장판에서 줄넘기하기 등등 그 제목만으로도 기상천외하다. 과연 저 아이템으로 웃길 수 있을까 싶지만 웃긴다. 웃길 때까지 웃기기 때문이다.

무조건 살리는 유재석

무한도전에 유재석이 없으면 급격히 재미가 없어진다. 개성 강한 멤버들은 자기 할말만 한다. 유재석의 리더십은 편집증이다. 자신의 프로그램에 대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편집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각 멤버들을 방송이 아닐 때도 닥달한다. 바가지 유재석으로 요즘 유느님의 신성을 깨뜨리고 있는 유재석은 리더십의 비밀을 하나씩 보여주고 있다. 정준하는 유재석의 잔소리에 노이르제에 걸릴 정도이다.



그간 무한도전에서의 유재석을 보면 모든 미션을 유재석이 가장 잘 해왔다. 가요제를 해도 유재석이 제일 잘 하고, 스포츠를 해도 유재석이 제일 잘한다. 남들이 못하는 것이 아니라 유재석이 잘하는 것이다. 그는 정말 집에서 연습 또 연습을 할 것 같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대해서는 완벽하리만킄 철저하게 연습해오는 연습벌레인 것이다. 

이런 유재석에게 한번 엮이면 잔소리 때문에 힘들긴 하지만 무조건 살려주기도 한다. 그래서 박명수 및 무도 멤버들은 유재석의 잔소리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유재석 옆에 꼭 붙어있으려 한다. 서장훈 역시 유재석의 노련함으로 서장훈의 개그를 뽑아내었다. 보이지 않는 손처럼 유재석의 진행에는 서장훈을 돋보이게 만드는 멘트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무한도전에는 유재석과 김태호만 있으면 계속 돌아갈 정도로 김태호의 아이디어와 유재석의 진행은 돌부처가 와도 최고의 개그돌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이것이 무한도전이 장수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래되었다고 메세지에 힘을 주거나 감동에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초심, 아니 그냥 원초적인 웃음을 무조건 만들어내는 것들을 웃길 때까지 한다. 그것이 무한도전의 동력인 것이다. 

무한도전의 무한 웃음 도전. 이번 웃어야 산다에서 후회없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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