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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가 끝났다. 아직도 추노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대길이의 광기 어린 눈빛이 눈 앞에 어른 거린다. 오랫동안 기억될 수작이 아닌가 싶다. 추노의 마지막은 세상을 향한 소수의 목소리였다. 그것은 아무도 잡을 수 없는 태양처럼 멀고도 먼 아득한 꿈같은 희망이었지만, 그렇기에 그것은 그들의 것이었다.

자유를 향한 메시지. 사람을 사람으로 대해주는 세상은 너무도 당연한 것 같지만, 역사를 통틀어 단 한번도 사람을 사람으로 대해주는 세상은 없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업복이의 총에 맞아 죽은 그분은 죽기전에 옳은 이야기 하나 했는데 권력이 있는 곳에는 그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꼭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지만, 권력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아래 사람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것은 저 멀리에서부터 빛나는 태양과 같다. 가까이 갈수록 뜨거워져 결국 타버리고 마는 이카루스같이 추노의 그들은 삶을 장렬히 마감하고 말았다.

Crows - Towards the sun i fly, not as Icarus.
Crows - Towards the sun i fly, not as Icarus. by hashmil 저작자 표시


업복이

업복이가 죽었다. 람보처럼 총을 4자루나 짊어지고 수문장을 죽인 후 화살을 피해 성문으로 굴러가서 우두머리들을 죽였다. 동료를 배신하고 권력욕에 멀어 동료를 팔아먹은 놈을 먼저 죽인 후 핵심 인물인 좌의정 이경식의 가슴 팍에 총구멍을 내 주었다. 아참! 그 전에 좌의정을 지키려 했던 끄나풀인 그분 역시 업복이의 총알 한방에 나가 떨어져 죽어버렸다. 추노에서 가장 통쾌한 장면이었다. 그렇게 물소뿔을 모으고, 온갖 권모술수를 써가며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권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업복이의 총알 한방에 죽고만다.

하지만 더욱 의미심장했던 것은 업복이네 집에 같이 노비는 자신의 딸이 팔려갔음에도 불구하고 노비의 운명에 굴복하고 말았지만, 업복이의 용감한 죽음을 보며 두 손을 불끈 쥐게 된다. 그는 아마도 후에 노비당을 만들어 검계의 수장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한명의 굳은 의지가 세상을 바꾸는 법인 것 같다.

Allied World War I soldiers
Allied World War I soldiers by Dunechase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대길이

대길이도 죽었다. 언년이에게 고백은 하고 죽었으니 여한은 없겠지만, 대길이의 죽음은 주인공이기에 더욱 아쉽다. 대길가 남긴 멋진 명언은 바로 "이 개같은 세상"이었다. 대길이는 노비와 상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당시 사람들이 이야기한 노비와 대길이가 이야기하는 노비의 개념은 많이 달랐다. 대길이는 말한다. "세상에 매여있는 놈들은 다 노비란 말이지"라고 말이다.

세상에 매여있는 놈들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송태하를 두고 계속 노비라고 하는 이유는 그가 세상의 권력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해서 였을 것이다. 자신의 신분이 다르다고 생각한 송태하는 대길이의 눈에는 그저 노비에 불과했다. 또한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 장가를 들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 황철웅 역시 노비였다. 왕의 권력을 가지려던 이경식 역시 노비였다. 자신의 절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아들인 소현세자를 독살한 인조 역시 노비에 불과하다.

Rienda al pie
Rienda al pie by Eduardo Amorim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지금의 세상에 대길이가 말하는 노비는 누가 있을까?

대길이는 추노다. 노비를 잡는 추노 말이다. 하지만 그는 세상이 정한 노비를 잡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매인 노비를 잡는 것이었다. 세상에 얽매여 휘둘리는 자들은 모두 노비인 것이다. 권력에 눈이 멀어 싸움박질하고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노비들, 조금만 힘이 생기면 남을 억누르고 자신이 최고인 것처럼 어깨에 힘이 들어가버리는 노비들, 조금 더 배웠다고 남을 무시하고 잘난 척하는 노비들, 조금 더 가졌다고 돈지랄하며 살아가는 노비들, 파벌 형성하여 서로 물어뜯는 노비들, 돈 때문에 시키는데로 다 하고 사는 노비들....

지금 세상에 대길이가 살아있다면 그 노비들을 모두 대길이가 잡아갈텐데 말이다. 혹은 천지호가 잡아가겠지...킥킥킥킥킥킥... 예나 지금이나 "이 개같은 세상"은 여전한 것 같다. 노비로 살아갈 것인가, 추노로 살아갈 것인가, 세상을 떠나 짝귀로 살아갈 것인가? 난 업복이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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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를 보고 있으면 현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사극을 보면 대게 현실을 반영한 듯한 것이 많은데, 아무래도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각색을 해서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내용으로 만들어야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혹은 역사는 반복되듯,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추노 속에 노비의 삶이나 벼슬아치들의 파렴치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인 것 같다. 업복이가 나올 때마다 흘러나오는 MC스나이퍼의 민초의 삶은 과거와 현재가 오묘하게도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특징들을 대상으로 추노 속 주인공들을 현재의 직업과 한번 연결시켜보자 재미있는 상상이 되어서 한번 적어보려 한다. 

1. 업복이(노비)- 월급쟁이



주인이 시켜야 하는대로 살아야만 하는 노비인 업복이. 호랑이를 잡으러 다니는 명사수였지만, 노비의 삶이 싫어서 도망치다 추노꾼인 대길이에게 잡힌다. 얼굴에 낙인을 찍히고 살아가는 그는 매일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한다. 업복이는 저항의식이 있는 노비이고, 대부분의 노비는 업복이 집에 있는 노비들처럼 자신의 삶에 복종하고 살아간다. 주인이 거두어 준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자신의 딸마저 내어주어야 하는 비참한 노비의 삶. 저항 한번 못해보고 주인이 시키는데로 까라면 까야 하는 그들은 마치 현재의 월급쟁이들이 아닌가 싶다. 

대기업에 다니던, 중소기업에 다니던 월급쟁이의 삶은 노비의 삶과 매우 비슷하다. 그나마 그 노비조차 되지 못해 백수라 불리우는 사람들이 수백만이라며 다들 걱정하고 노심초사한다. 직장인의 삶은 계약 관계로 인해 노비와 같은 삶을 살게 된다.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의해 회사보다 회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넘쳐나게 되자 월급쟁이들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게 된다. 더 능력 있는 사람들이 더 적은 월급을 받고 더 높은 물가 속에 살아가는 이 세상은 점점 월급쟁이를 노비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야근은 필수고, 과중한 업무량으로 인해 자신의 삶조차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상사가 시키는데로 하지 않으면 짤리거나 승진을 하지 못하기에 부당한 일이라도 그냥 까라면 까야 하는 것이 월급쟁이의 삶이다. 그나마 월급이라도 제 때 주면 고마운 주인이고, 얼마 안되는 월급을 떼어먹는 파렴치한 사장들도 쎄고 쎘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것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며 세뇌를 시켜 뇌물주고, 까라면 까고, 상사에게 아부 떠는 것이 일생 일대의 목표인것처럼 행동하고 말한다.

업복이는 이런 노비의 삶에 부당함을 느끼고 비밀조직에 가입하여 주인들의 대가리에 총구멍을 하나씩 내주고 있다.

2. 송태하(장군)- 군인



예나 지금이나 가장 오래된 직업이 있다면 아마도 군인일 것이다. 송태하는 지금으로 친다면 연대장 정도 되었던 것 같다. 군인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거짓말에 능숙하여 눈속임에 능한 군인과 정말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똘똘뭉친 사명감 있는 군인으로 말이다.

그 중 송태하는 후자일 것이다.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앞에서 죽음을 무릎쓰고 싸워야 하는 군인. 누울 자리를 가리지 않는다는 대사는 현재의 군인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 군에 있을 때 아침마다 외치던 구호는 "필사즉생은 우리의 신념"이란 것이었다. 죽고자하는 마음으로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는 것이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제일 먼저 죽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전쟁이나면 시나리오상 가장 먼저 죽게 되는 곳이라 아침마다 그런 외침을 하며 마음을 다잡게 하는 것 같다.

이런 군인들은 정치에 연류되면 항상 피를 보는 것도 현재의 상황과 동일한 것 같다. 황철웅처럼 말이다.

3. 오포교(포교)-부패 경찰



오포교를 보고 있으면 투캅스의 부패 경찰들이 생각난다. 맨날 오포교는 주막에 들러 히히덕거리고 주모들과 노닥거린다. 그리곤 돈이 필요하면 권력을 이용해 대길이를 찾는다며 쑥대밭을 만들어놓고는 돈을 요구하는 파렴치한 일까지 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모두 추노꾼에게 맡겨놓고 커미션을 떼어먹는다. 그리고는 높은 양반들에게는 아부하기에 여념이 없다. 

자신의 입신을 최고로 여기는 이런 오포교의 모습은 부정 부패한 경찰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다. 룸싸롱에 맨날 들락거리며 마담과 히히덕 거리고 노닥거리다가 돈이 필요하면 권력을 이용해 미성년자 출입 순찰을 돌린다. 그리고는 돈을 뜯어 먹기 일쑤이고, 상사에게는 아부하기 여념이 없다. 

4. 언년이(노비에서 양반으로 신분상승) -  자수성가한 사업가



도망 노비 중에 가장 성공한 케이스인 언년이는 원래 대길이네 집의 노비였으나 혼란을 틈 타 도망을 친다. 그리고 밑바닥부터 시작하여 상인으로 성공하게 되고 돈으로 양반을 사서 많은 사람들에게 덕을 배풀며 살고 있다. 그 집안의 명성은 좋은 소문으로 자자하며 언년이는 이름도 김혜원으로 바꾸며 신분상승을 하게 된다. 그리고 비록 도망노비의 신세가 되긴 했지만 장군인 송태하를 만나 사랑도 하게 되고 결혼도 하게 된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이런 케이스에 속하지 않나 싶다. 직장인의 삶에 비참함을 느끼고 자신이 직접 사업을 운영하여 성공한 케이스 말이다. 창업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하긴 하지만, 그 중 성공한 사람은 좋은 기업을 운영하고, 직원들에게도 좋은 평판을 받는 기업으로 성공하곤 한다.

5. 대길이 (추노꾼) - 사설탐정(해결사)



도망간 노비를 잡는 대길이는 언년이를 찾기 위해 추노꾼을 선택한다. 도망간 노비를 잡으면 그에 붙은 상금을 받아 연명을 해가는 대길은 오포교에게 도망 노비에 관한 정보를 얻고 잡아오면 그 상금을 오포교와 나눈다. 하지만 명확한 신분이 없기 때문에 오포교는 언제든 추노꾼을 담가버릴 수 있고, 노비들은 업복이와 같이 한을 품게 되어 중간에 낀 힘겨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천지호의 말처럼 하는 일은 나라도 못하는 일을 대신 해 주는데 언제나 이용만 당하고 대접을 받지 못하는 직업인 추노꾼은 마치 현재의 사설 탐정과 같지 않나 싶다. 요즘에도 사설 탐정이 있나 하지만, 많은 사설 탐정들이 경찰이 하지 못하는 사건들을 해결해준다.

아직 외국과 같이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지는 못하고 전문적인 직업은 아니지만, 그들의 사건 해결 능력은 탁월하다. 추노꾼과 같이 무력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설탐정보다는 해결사로 더 많이 불리는 것 같다. 해결사들은 보통 조폭들이 알바 형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해결사들이 나서면 해결되지 않는 일이 없을 정도로 이들의 능력은 추노꾼에 버금간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돈 받아 드립니다'나 '사람찾아 드립니다' 역시 심부름센터와 해결사가 적절히 조합된 형태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 또한 추노꾼의 역할과도 적당히 잘 어울어지는 것 같다. 경찰도 하지 못하는 일을 그들이 하고 있지만 결국 때가되면 이용당하고 마니 말이다. 최근 등장한 짝귀가 대길이를 영입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면 예전에도 추노꾼이나 왈패나 별반 다를바가 없었나보다.

6. 이경식(정승)- 국회의원



정확히는 국회의원보다 장관의 위치가 적당하겠지만, 그거나 그거나 하는 짓은 똑같기에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이경식은 자신의 사위를 시켜 살인을 저지르게 하고, 인조의 마음에 들기 위해 어심을 읽으려 별 지저분한 일을 다 한다. 추노꾼을 시켜 세자를 죽이려 하고, 물소뿔을 사서 자신의 재산 불리기에도 욕심을 보이고 있다. 권모술수에 능해서 사람을 이용하고 버리는 일에 능숙한 것 같다.

현재의 정치인들을 반영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부패한 정치인들의 온상이 바로 이경식이니 말이다. 이경식의 말처럼 그들은 어심을 읽는다며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나라를 위한 일이고 백성을 위한 일이라 말은 하지만, 결국 그럴수록 자신들의 재산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물론 뜻 있는 국회의원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업어치나 매치나이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남들은 다 죽이고 호의호식하는 이들은 국가와 국민의 안녕보다는 자신의 안위와 욕심이 우선인 파렴치한이니 말이다.



억지로 끼워 맞춘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겠고 너무 잘 맞아 떨어지는 것도 있겠지만 추노 속의 스토리는 결코 과거에 국한된 것이 아닌 것 같다. 인조의 권력에 대한 욕심 때문에 세상은 혼란스러워지고, 노비들의 삶은 점점 비참해지며, 권력과 폭력만이 남아있는 세상 말이다. 돈에 의해 주종관계가 만들어지는 더러운 세상은 현대의 자본주의 세상과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좀 다른 것이 있다면 당시에도 자신의 의지에 따라 노비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추노꾼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현재는 더 많은 자유가 주어져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좀 더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이 다를 것이다. 물론 이 자유도 돈에 의해 구속되곤 한다.

업복이처럼 양반들의 대갈빡에 구멍을 숑숑 내주어 노비가 왕이 되는 세상을 꿈꾸는 세력들이 있기에 세상은 좀 더 숨을 쉴만한 곳인지도 모른다. 추노를 보며 느끼는 것은 사람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냐는 것이었다. 권력? 부? 사랑? 명예? 즐거움? ... 죽으면 한 줌의 흙일 뿐이거늘 무엇을 위해 그리도 죽을 동 살동하며 미친듯이 살아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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