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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참 바쁜 하루였습니다. 설날에 내려갈 버스 표도 미리 끊어놓고, 그토록 갖고 싶었던 아이폰도 사고, 카메라 출사도 다녀왔죠. 원래 스케쥴은 거기까지였는데, 갑자기 학교 후배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해외 연수를 갔던 후배의 전화라 굉장히 반가웠죠. 잘 다녀왔다는 안부 인사인 줄 알았는데, 전화가 와서는 휘트니 휴스턴 콘서트를 같이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휘트니 휴스턴...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누구더라? ^^;; 아! 보디가드의 그 휘트니 휴스턴! 정말 감동적으로 보았던 보디가드 생각이 휘리릭 지나갔고, 그녀가 어떻게 변했을 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시간도 다행히 잘 맞아서 같이 가기로 했죠.

문화 생활을 잘 즐기지 못했던 요즘인데, 운 좋게도 공짜로 휘트니 휴스턴 콘서트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었습니다. ^^ 후배에게 왜 여자친구들도 많을텐데 칙칙한 나와 함께 가려 했냐고 물어보니 제 블로그가 생각나더랍니다. 방송, 연예 블로그를 적고 있으니 나와 주제가 잘 맞을 것 같아서 생각이 났다네요. ^^;; 블로그가 제가 준 또 하나의 선물인 것 같습니다. ^^

7시에 공연이 시작되었기에, 6시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으려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공연은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동네 음식점이 다 사람들로 바글 바글해 자리를 당췌 잡을 수가 없더군요. 간신히 버거킹에 자리를 잡고 저녁을 해결하였습니다. 콘서트에 가시는 분들은 미리 저녁을 다른 곳에서 해결하고 오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콘서트장 근처에는 아이스크림 가게까지 꽉 차있으니 말이죠. ^^;;


R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중앙 자리로 매우 무대가 잘 보이는 자리였죠. 휘트니 휴스턴에 대한 공연은 처음엔 좀 부정적이었습니다. 나이도 꽤 있고, 그간 마약과 이혼등 어려운 일들이 있었으니 말이죠. 이젠 레벨 높은 중년 가수인 휘트니 휴스턴일텐데 과연 옛날만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휘트니 휴스턴에 대해 제가 잘 모른다는 것이 더욱 기대감을 낮게 만들었죠.


듣기론 무대장치와 음향 중 일부는 미국에서 직접 가져왔다고 하더군요. 음향과 무대 장치는 꽤 훌륭하였습니다. 휘트니 휴스턴의 거친 숨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렸으니 말이죠.

휘트니 휴스턴이 들어서자 사람들은 열렬히 환호하며 그녀를 반겼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그녀의 노래는 자연스레 시작되었죠. 마치 대화를 하듯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노래와 연결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구성이었죠.


실수하는 모습도 자연스레 보여주고, 위트로 넘기는 등 노련미와 연륜이 느껴지는 무대였습니다. 오늘 나온 기사들을 보니 한결같이 공연이 기대 이하였다고 하더군요. 감기가 걸리는 바람에 목소리도 예전만 못하고, 고음처리도 불안했다고 합니다.

만약 휘트니 휴스턴을 쌩판 모르는 사람이 갔다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머그컵을 들고 목을 축이며 노래하기도 했으니 말이죠. 댄스곡을 부른 후에는 한참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제가 현장에서 느꼈던 것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휘트니 휴스턴의 열정에 감동을 받았죠. 그녀의 목소리가 예전만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겁니다. 그 누구도 예전의 휘트니 휴스턴의 목소리를 기대하지는 않았을까요? 예전과 같은 목소리를 원한다는 것은 20년 전의 외모를 원하는 것과 똑같은 말이니 말이죠.

세월이 흘렀고, 몸 상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불렀고, 거친 숨소리와 에너지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열렬히 환호하였고, 정말로 휘트니 휴스턴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친구인 마이클 젝슨을 기억하며 눈물을 흘리고, 아이티 참사를 이야기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등 사람 대 사람으로 인간적인 모습으로 관객과 하나가 되려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콘서트에서보다 후끈하고 하나된 기분을 느꼈죠. 휘트니 휴스턴에 대해 보디가드 정도만 알던 사람을 그 문화 속으로 순식간에 끌어들인 휘트니 휴스턴의 공연은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공연이 너무도 짧게만 느껴지고 더 듣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졌죠.


그녀의 전성기 때 영상을 보여줄 때는 세월이 정말 많이 흘렀다는 것이 세삼스레 느껴지더군요. 내가 기억하는 휘트니 휴스턴은 저런 모습이었는데 말이죠...


휘트니 휴스턴의 월드투어 공연은 첫 방문지가 바로 한국이었습니다. 제가 본 어제 콘서트가 월드투어 첫번째 콘서트였죠. 한국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다는 휘트니 휴스턴이 더욱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한국 공연이 끝난 후에는 제주도에서 휴양을 하다 간다고도 하네요.

특히 콘서트에서는 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그들에겐 고향같은 느낌을 가져다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현대카드 직원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어르신들이 많아 처음엔 뻣뻣하고 엄숙한 분위기였는데, 외국인들의 환호와 열광이 서서히 콘서트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여 나중엔 모두가 그 분위기 속에 들어가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즐겼던 문화생활이 오랜만에 컴백한 휘트니 휴스턴의 공연이어서 더 즐겁고 익사이팅했습니다. 오늘 공연에 가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못가신 분들을 위해 현장의 열기를 영상으로 조금 담아보았습니다. 오랜만에 컴백한 휘트니 휴스턴의 모습을 보며 추억에 잠시 빠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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