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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참 말이 많다. 한번 말을 하면 2,3시간은 기본이다. 그래서 직업도 말 많은 직업을 갖게 된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말을 많이 안했던 것 같다. 개구쟁이이긴 했지만, 거의 행동으로 보여주었지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내가 말이 많아진 것은 대학에 들어와서인 것 같다.

대학에서 IVF라는 기독교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었다. IVF에는 ONE TO ONE이라는 제도가 있다. 쉽게 말해서 일대일 상담 같은 것이다. 원하는 사람에게 원투원을 신청하면 날짜와 시간을 잡아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담을 해 주는 것이다. 주로 선배와 후배끼리 원투원을 하게 된다. 신앙적인 고민이나 여러 고민들을 털어놓기 때문이다.

난 이 원투원을 통해 말하는 법을 배웠다.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모두 할 수 있도록 선배들은 이끌어주었으며, 보통 원투원을 하면 내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을 모두 이야기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난 내 인생을 몇시간안에 축약하여 이야기 해야 한다. 선배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따뜻하고 감성적인 조언들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고 나 또한 그런 원투원을 후배들에게 많이 해 주었다.

원투원을 특히나 좋아했던 나는 원투원을 하면 할수록 말의 양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 전만 해도 술을 좀 마셔야 가슴속 넋두리들을 풀어놓았었는데, 원투원을 한 이후로는 술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말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 후로 나의 말빨(?)은 더욱 늘어나게 되었다.

그것은 인터넷 쇼핑몰을 할 때도 꽤나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사업의 기본은 영업이듯이 말빨이 강한 사람일 살아남는 것이 사업의 특징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풀어놓는 설은 짧고 강하게 설득력 있는 단어들을 택해야 한다. 특히나 말이 많아야 소비자들의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기에 협상에서도 유리하다. 매일 전화통화에 인터넷 댓글에 나의 수다는 더욱 늘어가기만 했던 것 같다.


 
블로거는 수다쟁이
 

난 기본적으로 블로거들은 수다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매일 글을 쓰는 블로거들은 더욱 수다쟁이일 가능성이 많을 것 같다. 수다는 상대가 있어야 떨 수 있다. 혼자서 계속 말하면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혼잣말을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블로그라는 공간도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키보드를 두들기며 머릿속의 말들을 입으로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내뿜고 있는 것이다. 블로거들 중에는 남자들이 많이 있는데, 수다하면 여자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실은 남자들이 재잘되면 더욱 수다스럽다는 속설을 볼 때 블로거가 수다쟁이라는 것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은 즐기지 않는다면 절대로 못한다. 물론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매일 글을 쓸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매일 글을 쓰는 것을 즐기지 않고 일로 여긴다면 그 블로그는 절대로 오래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글을 쓰는 블로거들이 많다. 심지어는 하루에 2,3개씩 올리는 블로거들도 있다.

나 또한 어쩔 때는 하루에 3,4개까지 쓰기도 한다. 솔직히 마음만 먹는다면 3,4개가 아니라 10개 이상도 가능하다. 말 많은 수다쟁이인 나에게 그 정도는 일도 아닌 것 같다. 나보다 더 많이 그리고 자주 쓰는 블로거들이 많은 것을 보면 대단한 수다쟁이들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간혹 댓글을 보다보면 이런 시덥지 않은 소리를 해대냐고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블로그는 전문글이 아니다. 맞춤법이 틀려도 되고, 시덥잖은 소리를 해대도 된다. 그것이 블로그의 매력인 것이다. 블로고스피어를 순수한 우리말로 하면 수다쟁이들의 모임 정도 될 것 같다. 수다에 철학과 전문 지식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잡스럽고 시덥잖은 소리도 있을 수 있다. 오히려 수다는 잡스럽고 시덥잖은 소리가 더 잘 어울린다. 난 블로그를 수다라 생각하고, 그 수다를 즐기는 블로거는 수다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블로고스피어에 남자가 많은 이유는 여자들은 친구들끼리 만나서 수다를 떨면 되지만, 남자들은 딱히 수다를 떨 친구들도 없고, 수다를 떨면 남자로서 요구받는 그 책임감(?) 비슷한 것 때문에 쉽게 수다를 떨 수 없다. 그래서 블로그를 택하게 되고, 수많은 남성 블로거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듯 하다. 그동안 억눌렸던 수다들을 블로그를 통해 폭발적으로 풀어내니 말이다.

저 멀리 있는 블로고스피어라는 대나무 숲에서 난 이렇게 외치고 싶다. "블로거는 수다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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